그 분 왠지 바텀처럼 생겼던데

게이 같지 않아요?

게이 같지 않아요?”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그녀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모여 앞으로의 계획과 일정을 논하는 올해 6월의 공식적인 자리였다. 소위 힙한 남자 뮤지션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녀는 덧붙였다. 왠지 바텀처럼 생겼던데.” 3자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정체성을 언급하며 심지어 섹스 포지션까지 가늠하고는 깔깔 웃으며 떠드는 그녀의 모습에 1 전의 그녀가 오버랩되며 떠올랐다.

윤호씨, 게이 파티 한번 해야죠? 뭐죠, .. 드라마퀸?

그녀가 운영하는 공연 기획사의 새로운 직원을 뽑기 위해 폭우가 내리던 작년 여름 주말 이태원의 카페에서 인터뷰를 보던 중이었다. 족히 10명은 되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나와 다른 한명의 직원이 그녀의 주도 하에 그룹 인터뷰를 진행하는 날이었다. ‘회사의 인터뷰를 카페에서 하지?’, ‘그래도 여기 카페인데 커피는 내고 사먹어야 되는건가?’ 궁금해하고 어색해하는 보였던 많은 눈들이 그녀가 대뜸 꺼낸 마디와 동시에 나에게 쏠렸다. 윤호씨, 게이 파티 한번 해야죠? 뭐죠, .. 드라마퀸?” 나는 침착하게 드랙퀸이요?”하고 정정했지만 이내 이상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우리 팀에는 게이도 있습니다.

사실 사람들을 자리에 불러 모으기 위해 그녀가 회사 공식 소셜 미디어에 올렸던 구인 광고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우리 팀에는 게이도 있고, 레즈비언도 있고, 스트레이트도 있습니다.’ 당시 회사에는 남자 직원이라고는 혼자였는데, ‘우리 팀에는 게이도 다는 선언과도 같은 당당한 구인 광고 문구를우리 팀의 게이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건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몰지성의 가장 도피처는 침묵이다.

내가 주변인들에게 게이임을 숨기지 않는다고 해서 나의 고용주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나의 정체성을 나의 동의 없이 당연하게 오픈해도 괜찮은걸까. 나의 정체성이 나에게 한달 고작 하루, 이틀을 시급 1만원으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회사를 LGBT 프렌들리한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것일까. 만약 내가 없었다면 회사는 과연 스트레잇 프렌들리한 회사라고 홍보를 했을까. 회사에서 거의 2 가까이 일하는 동안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여러번 있었지만 어찌됐든 그녀는 나의 고용주였고, 나의 직장 상사였기 때문에 나는 어색한 웃음으로 여러번 넘겨야만 했다.

사실 그녀가 성소수자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그렇게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녀의 지극히 개인적인 주변 상황이나, 이제야 LGBT 커뮤니티와 문화에 천천히 눈을 떠가는 중인 우리 사회를 생각해본다면 무지로 인한 몇번의 개별적인 실수는 섣불리 비난할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들과 이들의 커뮤니티를 이용해 개인적인 이윤 창출을 도모하려는 태도는 비판받아야 하지 않을까. 소수에 속하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몰이해와 절대적 배려 부족이며 동시에 이해의 노력 또한 삭제된 기회주의적 모욕이기 때문이다. 드랙퀸이라는 개념은 모르지만 드랙퀸이 출연하는 LGBT 파티는 진행해 수익을 내려던 모습은 이렇게가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부분은 반드시 반성하고 앞으로 지양해야 것이다.

다행히도 몰지성의 가장 도피처는 침묵이다. 본인의 몰지성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것이 현명한 대처일 것이다. 절대 다수에 속한 사람이 소수자에게 행하는 폭력은 소수자를 필연적으로 무력화시키며, 다수에 속한 사람은 방어할 힘을 잃은 소수자에게 의식 없는 폭력을 이어간다. 나는 내가 게이임을 인정하고 15년만에 처음으로 느꼈던 화끈거림과 당혹스러움을 언제까지고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묻고싶다. 어디선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누군가 본인의 이름을 거론하고는 성적 취향을 넘겨 짚으며 이야기하고 깔깔 웃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조윤호
2017-10-17T19:40:37+00:00